이어, 인터뷰로 깊이 대화를 나누었던 난민 10명에게 그들이 마주한 가장 힘든 점은 과연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이들 중 4명은 비록 일부일지라도 가족과 함께 있을 공간을 제공 받아 생활할 수 있는 그 자체에 감사하다며 이곳이 안전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들 답변은 크게 4가지의 어려움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어려움은 '해외에서의 생활 그 자체' 즉, 정신적인 어려움이었습니다. 주로 아이들과 함께 온 여성들이 있는 센터는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그들의 남편과 어머니 아버지, 동생 친구 등 일부가 남아있다고 답했습니다. 매일 그들과 SNS를 통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하루를 공유하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과는 다르다며 보고 싶은 마음이 날로 깊어지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난민센터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에 관한 어려움이었습니다. 임신 중인 또 다른 난민, 이아(가명) 씨는 각각 5살, 12살이 된 아이들과 곧 태어날 아이의 영양상태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여기서 친구들을 사귀고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돌아가고 싶지만, 고민이 깊어지는 라나(가명) 씨, 한편 아이와 한 시도 떨어지기 힘든 환경에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비니(가명) 씨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과 관련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초등학생부터 올해 대학 시험을 앞둔 청소년들은 '온라인 수업'이 가장 힘들다고 말합니다. 작은 화면으로 온종일 수업을 듣고 있는 청소년들. 그러나 난민센터 대부분의 핸드폰 상태는 화면이 깨져있거나 잃어버려 급하게 구입한 저가형 핸드폰이 주를 이룹니다. 전쟁 중 이동 제한 시간을 피해, 폭격을 피해, 정신없이 오른 피난길에서 챙기지 못한 노트북과 태블릿/패드는 언감생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언급한 어려움은 '경제활동' 인데요, 몰도바에 도착한 난민들은 난민 기본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어요. 이는 한화 약 15만 원 정도로 주로 식비나 아이들 속옷을 구매하는 데 쓰인다고 해요. 이마저도 국제NGO의 지원이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1달에 1번뿐인 지급일조차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해요. 지병이 있는 빅토르(가명)씨는 지급액을 주로 약국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직업 역시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