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윈즈재팬과 피스윈즈코리아의 동행 한일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비전을 담은 책이 나왔다. 지난 9월에 출간한 《평화의 바람》이다. 이 책은 글로벌 NGO 피스윈즈재팬을 설립한 오니시 겐스케 총괄책임과 피스윈즈코리아 고두환 상임이사의 대담으로 구성됐다. 피스윈즈재팬은 1996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전 세계 33개 국가 및 지역에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하는 재난 긴급구호 전문 NGO다. 현재 일본과 미국 그리고 지난 2020년 한국에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을 설치한 바 있다. 피스윈즈코리아는 국제개발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경제, 청년 의제, 공정관광포럼 분야를 지원해 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피스윈즈재팬, 일본의 ‘고향납세’ 지정기부처가 되다 이 책은 지난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전 피스윈즈코리아 설립을 앞두고 피스윈즈재팬 오니시 겐스케와 고두환 두 사람이 2박 3일간 만나면서 시작된다. 장소는 피스윈즈재팬이 지역재생 사업을 벌이는 세토내해 도요시마. 피스윈즈재팬은 국제구호뿐 아니라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는 일본 국내 재난 현장은 물론 지역소멸 위기 지역의 지역재생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활동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일본 ‘고향납세’ 제도는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 달리 지역 NGO/NPO 단체를 고향납세 지정기부처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스윈즈재팬은 바로 그런 제도를 활용해 일본 내 지역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 예컨대 소멸위기 지역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神石高原) 마을에서 벌인 살처분 유기견 구조 프로젝트 ‘피스완코’나 진세키고원 마을의 빈집을 재생해 마을스테이로 탈바꿈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시이노모리(사유의숲)’ 프로젝트가 피스윈즈재팬의 대표적 사업이다. 특히 일본 ‘고향납세’ 대행 민간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와 함께 지역문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GCF(Government Crowd Funding) 프로젝트로 수행하면서 피스윈즈재팬의 활동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향한 한·일 대담 여정 40대에 문턱에 들어서는 고두환 상임이사와 50대 중반의 고니시 겐스케 두 사람은 나이 차가 분명 존재하지만 책 속에서는 둘 사이에서 세대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그것은 그간 일본 사회가 한국보다 약 20년 선행한 데에서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둘은 청년 정신의 소유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둘의 대화는 국제 분쟁과 구호 현장을 비롯해 NGO와 청년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진행된다. 주로 고두환이 묻고 오니시가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질문을 통해 드러나는 오니시가 걸어온 삶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의 스케일이 일본사회에서 평균적으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결국 동아시아인으로서 한국인과 일본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핵심은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이며, 두 사람의 고민은 ‘개인의 삶을 둘러싼 울타리를 넓게 확장할 수 있도록 이 사회는 어떻게 도울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평화의 바람에 돛을 펼치고 아시아로, 세계로! 특히 오니시는 아시아에서 자국의 인재가 자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공공재로 성장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이라며 한국에서 젊은 인재를 발굴 양성해 아시아 전 지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양국의 평화와 번영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에 있다는 것이다. 오니시 겐스케는 고두환과 이야기하며 100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한·일 시민사회 공동체 구상이 어쩌면 30년 내로 구체화 될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서로의 열정을 느끼며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 뿐 아니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한일 관계는 급랭했다. 어둡고 긴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오는 동안 한일 양국은 정권을 교체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무비자 방문길도 다시 열려 민간 한일 교류가 활발해지리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어떻게 전개되는 게 좋을까. 《평화의 바람》에서 그 단초를 찾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