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스윈즈코리아 인턴 신소연입니다. 오늘은 키시나우에서 약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팔랑카(Palanca) 국경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UNHCR의 임시 난민 피난소가 있는데 국경을 막 넘어온 난민들을 상대로 건강검진과 상세 인터뷰가 이뤄집니다. UNHCR은 난민이 원하는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버스를 마련하는 일을 하는데 초기에는 하루에 버스 30대 이상, 몇천 명씩 난민이 입경했지만 현재는 50~100명 정도로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들을 위한 UNHCR 버스가 2시와 6시 총 두 대가 오고, IOM에서 마련한 루마니아행 버스도 6시에 와서 난민들을 이동시킨다고 합니다. UN 관련 단체에서는 난민이 처한 구체적 상황이나 신원 정보가 없으면 이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UNHCR이 난민과 3시간에 걸쳐 인터뷰하는 상황은 납득했지만, 방금 전쟁 속에서 필사의 탈출을 했는데 본인의 지위를 입증하기 위해 긴 시간을 인터뷰해야 하는 그들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팔랑카 임시 피난소에서도 방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면서 피스윈즈코리아에게 방한 의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임시 피난소에 다녀왔는데, 달랑 침대만 4개 있는 텐트가 줄지어 설치돼 있습니다. 식당, 화장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입니다. 현재는 (본인들의 선택으로) 10명만 살고 있지만 초기에는 5~7천 명에 달했다고 하니 지금보다 환경이 얼마나 더 열악했을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팔랑카를 떠나 NCUM(National Congress of Ukrainians in Moldova)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어제(9/30)도 신규 난민을 받은 NCUM은 난민을 독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는 10월 12일이면 지원금이 끊긴다고 합니다. 난민을 임시 보호해 줄 가정까지 연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동안 다른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는데 더 이상 지원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겁니다. NCUM에는 이미 수용할 수 있는 인원 35명을 넘어 55명의 난민 있는데 몰도바 정부도 이들을 도와줄 예산이 없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NCUM에 들어온 난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그들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폭격으로 다니던 직장 건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길거리에서 죽은 사람들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전쟁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계획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외국에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영어도 할 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생존을 위해 독일에 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도 참 밝고 순수해 보였습니다. 전쟁에 대한 어떠한 것도 물어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피스윈즈코리아와 사진을 찍고 싶어 했고 우리는 번역기에 의존해 서로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름을 알려주며 정확한 발음 교정을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러시아어를 하나도 못 하던 내가 “프리비엣(안녕하세요), 매니아 자붓 소연(제 이름은 소연입니다). 칵 티벳 자붓?(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라고 자기소개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 몰도바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0월 1일 신소연 올림 |